‘릴리안 사태’ 재현되나…’라돈 생리대’ 의혹에 소비자 불안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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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성웅 기자] 유기농 순면 생리대로 인기를 끌었던 ‘오늘습관’ 생리대에서 라돈이 검출됐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해 깨끗한나라의 ‘릴리안 사태’가 재발되는 것 아닌지 소비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오늘습관 생리대를 비롯해 라돈 검출 의혹을 받고 있는 여성용 속옷과 마스크팩 등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 중인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는 다음주 중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원안위는 현재 오늘습관 생리대를 비롯해 국민신문고 및 시민단체의 제보를 받은 제품들에 대해 방사능 농도 분석 및 인체영향평가 등의 조사를 진행 중이다. 앞서 지난 16일 JTBC는 김포대 환경보건연구소의 도움을 받아 오늘습관 생리대에서 기준치(148Bq/㎡)의 10배가 넘는 라돈이 검출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라돈은 국제암연구센터(IARC)가 지정한 1군 발암물질로, 호흡기를 통해 체내에 축적돼 폐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 이후 오늘습관은 반박자료를 내고 “저가 라돈 측정기 ‘라돈아이’를 이용해 부정확하게 측정한 뒤 보도했다”며 “국가인정기관인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측정 결과 기준수치보다 낮은 방사능이 검출됐다”고 해명했다. 라돈아이는 가정용 실내 라돈 가스 감지기로, 앞서 대진침대에서 라돈 가스가 나온다는 일명 ‘라돈 침대’ 사태가 불거졌을 당시 판매량이 급증했던 측정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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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습관 측의 반박에 대해 또 다른 주장이 나오면서 혼란이 가중되는 양상이다. 오늘습관이 제시한 측정 결과서를 만든 기초과학지원연구원은 해당 시험 결과서만으로 인체 유해성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기초과학지원연구원 측은 “우리 쪽에서 만든 자료는 인체에 대한 안전성 평가에 사용되는 기초 자료 수준의 분석”이라며 “제품에 내재돼 있는 방사능의 양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고 라돈 가스의 경우 흡입한 뒤 몸에 축적되는 내부 피폭 영역이다보니 다른 영역에 대한 분석”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실제 피폭은 착용 시간이나 착용 부위 별로 별도의 실험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 자료만으로 종합적인 안전성을 판단하기 힘들다”고 선을 그었다.
생리대 뿐만 아니라 여성용 속옷과 마스크팩 등 다른 제품에서도 라돈이 나온다는 의혹도 함께 제기됐다. 원안위는 이들 제품들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 중이다.
다양한 제품군에서 라돈 검출 논란이 일자 일각에선 대진 침대 매트리스처럼 라돈을 방출하는 ‘모나자이트’가 사용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원안위는 “‘공공기관의 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라 결함 제품이 아닌 이상 모나자이트 사용 업체명을 공개하기 어렵다”며 “소비자 알권리 차원에서 성분을 표시하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할 예정이다”고 전했다.
라돈 의혹이 확산되자, 지난해 ‘릴리안 사태’를 겪은 여성 소비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도 의혹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요구하는 글이 올라오는 한편, 일부 소비자들은 해당 생리대를 집에도 두지 않는다는 인터넷 게시글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해 3월 여성환경연대 등은 깨끗한나라가 만든 생리대 ‘릴리안’을 비롯해 일회용 생리대 10종에서 인체 위해성이 높은 휘발성유기화합물(VOCs)가 나온다고 주장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나서 조사한 결과, 실제 검출량은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낮은 수준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일단 의혹이 불거지자, 깨끗한나라는 릴리안 생리대 전제품의 생산과 판매를 중단했다. 또 국산 생리대에 대한 불신 확산으로 일부 외국 제조사의 생리대가 동이 나고, 대체재로 생리컵에 대한 관심이 커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