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사외이사 ‘뉴페이스’…이사회 독립성 강화에 방점
국내 주요 기업들이 다음달 열리는 정기주주총회 개최를 예고하면서 ‘뉴페이스’ 사외이사 내정자들을 공개했다. 신규 선임되는 주요 기업의 사외이사들이 그동안 ‘거수기’라는 비판을 들어왔던 사외이사들에 인식을 바꿀 수 있을지 주목된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다음달 20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김한조 하나금융 나눔재단 이사장과 안규리 서울대 의대 교수를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김 이사장과 안 교수는 임기가 만료되는 송광수 전 검찰총장과 이인호 전 신한은행장을 대신한다.
김 이사장은 연세대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했으며, 1982년 한국외환은행에 입행한 뒤 PB영업본부장, 외환캐피탈 사장, 외환은행장, 하나금융지주 글로벌부문 부회장 등을 지냈다. 현재 하나금융 나눔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의 사회 공헌 활동 전반에 다양한 조언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안 교수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서울대병원 장기이식센터장, 대한이식학회 이사장 등을 지냈다. 현재 서울대 사회공헌교수협의회 회장과 사단법인 생명잇기 이사장, 사단법인 라파엘인터내셔널 이사장 등을 맡고 있다. 안 교수의 사외이사 삼성전자가 작업장 내 보건·환경·안전 분야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현대차는 다음달 22일 정기주총을 개최한다. 이 자리에서 세계적 금융 전문가인 윤치원 UBS 그룹 자산관리부문 부회장, 글로벌 투자 전문가인 유진 오 전 캐피탈그룹 인터내셔널 파트너, 경제학계 거버넌스 전문가인 이상승 서울대 경제학 교수 등을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할 계회기다.
특히 현대차는 이번 사외이사 후보 선정 과정에서 사외이사 주주추천제를 처음으로 도입했다. 이를 통해 윤치원 부회장을 사외이사 후보로 선정했다. 이는 이사회의 투명성과 독립성을 끌어올리고 주주들과 적극 소통하기 위한 취지이다.
현대모비스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외국인 사외이사를 선임한다. 독일 출신의 칼-토마스 노이먼 박사와 미국 투자회사 아르케고스 캐피탈의 브라이언 존스 공동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노이먼 박사는 자동차 산업 전반과 미래차 시장을 아우르는 사업제품 기획 분야의 전문가로 알려졌다. 존스 대표는 M&A와 투자 분야 전문가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이 지주사인 SK㈜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나기로 결정한 가운데 사외이사인 염재호 고려대 총장을 후임자로 내정해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 10대 그룹 중 사외이사에게 이사회 의장을 맡기는 것은 SK그룹이 최초다.
SK그룹 주력 계열사인 SK텔레콤은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을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선임할 예정이다. 김 전 위원장은 SK텔레콤의 사외이사를 맡게 되면 현대중공업과 함께 두 기업의 사외이사직을 맡게 된다. SK텔레콤은 중간지주회사 전환, 인터넷은행 진출 등의 당면과제를 풀어내기 위해 금융 전문가인 김 전 위원장을 추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LG그룹은 구광모 회장이 연구개발(R&D) 역량을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주요 계열사들의 학계 인사들을 사외이사 후보 명단에 올리고 있다. LG전자는 이상구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를 새 사외이사로 선임하고 백용호 이화여대 정책과학대학원 교수를 감사위원으로 선임한다. LG화학은 차국헌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를 재선임할 예정이며, LG디스플레이는 이창양 KAIST 교수를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신규선임할 계획이다.
포스코 이사회는 박희재 서울대 공과대학 교수를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박 교수는 벤처기업 SNU프리시젼을 설립하면서 국내 벤처기업 1세대로 꼽힌다. 포스코가 박 교수를 신임 사외이사로 추천한 것은 산학협력, 혁신성장 지원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평가된다.
GS그룹 계열사인 GS건설은 관료 출신 중용이 눈길을 끈다. GS건설 현 사외이사인 권도엽 전 국토부 장관이 임기만료로 물러나는 가운데 그의 후배인 김경식 전 국토부 1차관이 새로운 사외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건설사가 국토부 관료출신을 사외이사로 내세우는 것도 드문데 연이은 기용은 더욱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한화그룹의 지주회사인 ㈜한화는 남일호 전 김포대 총장, 정홍용 전 한국군사과학기술학회 회장, 박준선 법무법인 홍윤 대표 변호사 등을 사외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남 전 총장은 고려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감사원 제2사무차장, 감사원 사무총장(차관급) 등을 역임했다. 정홍용 전 회장 육사 33기로 합동참모본부 전략기획 본부장, 국방과학연수소장 등을 역임했다. 박 변호사는 검사 출신으로 제18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현대중공업은 금융계 거물로 꼽히는 윤용로 코람코자산신탁 회장을 사외이사 후보로 내정했다. 윤 회장은 재무부 출신으로 기업은행 은행장,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외환은행 은행장 등을 역임했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관료 출신 재무 전문가를 영입해 조언을 얻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강길홍 기자 sliz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