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도 여론 따라 ‘세법’ 만들었죠”
재조명한 ‘세종 공법’ 펴내
“세종 임금은 당시 조선 성인 인구 4분의 1가량을 대상으로 찬반 여론조사를 거쳐 공법(貢法·토지 세금 제도)을 선보였습니다. 그야말로 국민투표였죠. 그 정도로 민주적 절차를 거쳐 부정부패 없는 간편하면서도 공평한 세법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백성을 위해 온 힘을 다해 공법을 만든 세종의 노력과 공법의 역사적 가치를 새롭게 조명한 책 ‘세종 공법’을 펴낸 오기수(59·김포대 세무회계정보과 교수·사진) 한국조세사학회 회장은 10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세종 공법은 세계적인 조세 사상과 철학의 본보기”라며 숨어있던 공법의 의미와 배경을 설명했다.
오 회장에 따르면 세종 26년(1444년)에 최종적으로 제정된 공법은 이후 ‘경국대전’ 호전에 수록돼 조선왕조의 근간 세법이 됐다. 조선 조세의 선진화와 과학화를 실현한 최고의 세법으로 꼽힌다. 부익부 빈익빈하지 않는 공평과세를 위해 이전 세법과는 완전히 다르게 과학적으로 전분 6등법 면적을 상정하고 계량적으로 연분 9등법 세율을 정했다.
“특히 이 법을 만드는 과정에서 당시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민주적 절차를 거쳤습니다. 세종 9년에는 과거 시험에 올바른 공법의 적용 방법을 묻는가 하면 조정에서 대신들과 논의한 기간만도 17년이나 됩니다. 찬반 의견을 양반, 관리, 전국의 모든 백성에게 묻도록 여론조사를 5개월간에 걸쳐 17만2806명을 대상으로 벌였는데 이는 당시 세금과 부역 의무를 지닌 조선 장정(성인) 인구 69만2477명의 4분의 1에 해당했습니다.”
모든 절차를 거치는 데 25년이 소요됐다. 자신들의 뜻을 표출할 방법이 없던 힘없는 백성들을 세법 제정에 참여시키고 세금 때문에 고통받는 백성들이 없도록 하려 했던 세종의 고뇌가 담겨 있다.
그는 “이처럼 귀중한 문화유산인 세종 공법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해 안타깝다”며 “조세철학과 사상의 빈곤으로 국회 입법 과정에서 툭하면 시도 때도 없이 개정되는 작금의 법 개정 실태에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민종 기자 horiz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