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돈 문제 해결 방법, 어떤 것들이 있나?
라돈 가스는 보이지 않고 냄새도 없다. 몸으로 느껴지지 않으니 경각심이 쉽사리 생기지 않는다. ‘침묵의 살인자’라는 별칭이 생긴 것도 이 때문이다. 관리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을 뿐 라돈 측정과 저감 방법은 생각만큼 멀리 있지 않다.
시사저널은 4월9일 ‘제1486호 [단독] 침묵의 살인자 라돈, 당신의 아이를 노린다’ 보도를 통해 고농도 라돈이 검출된 전국 초·중·고등학교 명단을 공개했다. 파장은 컸다. 그러나 “대안 없이 공포심만 유발한다”는 독자들의 쓴소리도 적지 않았다. 여기엔 라돈에 대한 정보가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탓도 컸다. 최근 SCI급 국제학술지에 라돈 관련 논문을 게재한 이철민 서경대 화학생명공학과 교수는 “너무 공포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스로 라돈 농도를 측정하고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잘 알려주는 ‘리스크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시사저널이 만난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눈으로 보는 관리’가 라돈 문제 해결의 첫걸음이라고 입을 모았다. 실시간 측정기를 이용해 자신이 생활하는 공간의 라돈 농도를 확인해야 무색·무취·무미한 라돈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측정값에 따라 자신의 생활공간과 근무시간 등의 특성을 고려해 알맞은 저감 대책을 취하면 된다. 박경북 김포대 보건행정과 교수는 “온도별, 습도별, 시간대별, 계절별로 변동성이 큰 게 라돈의 특징”이라며 “환기도 상황에 맞게 해야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라돈 측정기, 인터넷서 쉽게 구매…임차도 가능
‘눈으로 보는 라돈 관리’를 위해서는 측정기가 필요하다. 측정기에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생활공간 용도로는 시중에 있는 ‘가정용 실시간 측정기’로 충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가정용 라돈 측정기는 라돈 농도를 10분 단위로 알려준다. 사실상 실시간 라돈 측정이 가능한 셈이다.
라돈 측정기는 보통 수동형과 능동형으로 분류된다. 수동형 측정기의 장점은 비교적 저렴한 가격이다. 2만~3만원대면 구입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간 라돈 농도를 측정할 수 없고, 라돈 측정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또 그 측정 결과는 평균값으로서만 의미를 가진다. 라돈은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알맞은 조치를 취하기 위해서는 실시간 농도를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그렇다고 전문 측정업체에서나 사용하는 고가의 능동형 측정기까지는 필요 없다. 박 교수는 “천만원대 전문가용 측정기와 최근 개발된 십만원대 가정용 측정기 성능이 거의 같은 수준까지 왔다”고 설명했다.
가정용 라돈 측정기는 인터넷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 가격은 20만원 정도다. 구입이 부담스러우면 임대 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 한 업체는 7일, 14일 임대 서비스를 각각 5만원, 7만원(보증금 제외)에 진행하고 있다. 작동법도 어렵지 않다. 콘센트만 있으면 작동시킬 수 있다. 측정기 화면에는 10분마다 업데이트된 라돈 농도가 표시된다. 기준치인 148베크렐(Bq/㎥) 또는 4피코큐리(pci/L)를 초과할 경우엔 경고음이 울린다. 휴대폰에서 앱을 다운로드 받아 제품과 연결하면, 시간별 라돈 농도 데이터를 축적해 언제, 어디서나 변화량을 관찰할 수도 있다.
측정 결과, 기준치 이상의 라돈 농도가 나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손쉬운 방법은 자연 환기다. 창문을 열어 바깥 공기와 실내 공기가 섞이면 고농도 라돈은 상당히 희석된다. 전문가들은 환기에도 요령이 있다고 조언한다. 먼저 환기 시점이다. 라돈 농도가 기준치 이상으로 감지돼 경고음이 울릴 때 바로 창문을 열면 좋다. 한 번 환기할 때 30분 정도 해야 효과적이다. 미세먼지 때문에 환기가 곤란할 때면, 실시간 측정 결과를 바탕으로 환기 시점을 정해 창문을 여는 게 필요하다. 또 앞문과 뒷문 모두를 열어 바람의 통로를 확보해 주면 환기가 더욱 효과적이다. 라돈 특성상 온도와 습도에 따라 쉽게 빠져나가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시간 측정기가 없다면 어떻게 환기하는 것이 효과적일까. 한국환경공단이 2016년 발간한 ‘실내 라돈 관리’에 따르면, 최소한 오전·오후·저녁 하루 3번씩 30분 이상 환기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박 교수는 “주택의 유형에 따라 다르지만 상대적으로 고농도 라돈이 머물고 있는 아침 9시에서 11시 사이 앞뒷문 모두를 열어 환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환기 후에도 기준치 이상이면 전문가 진단 필요
창문을 열어도 쉽게 라돈 농도가 떨어지지 않는다면 원인을 찾아야 한다. 이때는 전문가 진단이 필수적이다. 진단 결과에 따라 저감 설비를 설치하거나 토양가스 배출법, 외부공기 유입법, 보강재 등을 이용한 유입경로 차단 등의 저감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무턱대고 라돈 저감에 좋다는 설비 등을 사들이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조승연 연세대 환경공학부 교수는 “환자가 병에 걸리면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듯, 라돈이란 병에 걸린 공간도 전문가 진단이 꼭 필요하다”며 “라돈 농도에 따라 환기 시설 설치를 다르게 해야 하는 만큼 무조건적인 저감 설비 구입보다는 전문가와 상의해 상황에 맞는 저감 조치를 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환경부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환경부는 매년 1층 이하 주택 및 주민공동이용시설(마을회관·경로당 등) 1500개소를 대상으로 라돈 무료 측정 및 저감 컨설팅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실내 라돈 농도 및 선정 기준에 따라 고농도를 기록한 50개소를 대상으로 저감 설비를 시공한다. 위탁수행기관인 한국환경공단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라돈콜센터 1899-9148로도 문의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라돈 문제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개개인의 인식변화라고 지적했다. 자신이 머무는 공간을 스스로 점검해 대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박 교수는 “자기 몸은 각별히 신경 쓰면서 왜 가족들과 함께 사는 공간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않느냐”며 “국가가 해 주기만을 기다리지 말고 스스로 자신의 생활·근무 공간의 라돈을 측정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라돈 문제를 생명권 차원보다 재산권으로 접근하는 방식도 개선돼야 할 점이다. 고농도 라돈이 검출되면 부동산 가격 등에 많은 영향을 줄 수 있어 다들 알면서도 ‘쉬쉬’하는 경향이 있다. 조 교수는 “부동산을 거래할 때 라돈 항목도 포함해 함께 검토하는 미국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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