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화탄소·라돈에 갇힌 교실…미세먼지보다 위험 [더 나은 세계, SDGs] (87)

이산화탄소·라돈에 갇힌 교실…미세먼지보다 위험 [더 나은 세계, SDGs] (87)


생활 속 유해인자 연구 분야의 권위자인 박경북 김포대 보건행정학과 교수(오른쪽)와 종합 생활안전 전문 기업인 SG생활안전의 김형준 이사가 라돈에 대해 시민에게 설명하고 있다.

지난해 5월3일 SBS는 모 브랜드의 침대에서 피폭량 기준치의 최대 9.5배가 넘는 대량의 방사능 물질이 검출됐다고 보도했다. 이전까지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침묵의 살인자’ 라돈이 알려진 계기로 이른바 ‘생활용품 라돈 사태’의 시작이다. 

1년이 지난 현재 우리 국민의 ‘라돈 포비아(공포심)’는 얼마나 해결됐고, 앞으로의 쟁점은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라돈을 포함한 생활 속 유해인자 연구 분야의 권위자인 박경북 김포대 보건행정학과 교수와 종합 생활안전 전문 기업인 SG생활안전의 김형준 이사를 만났다. 

다음은 두 전문가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김정훈 사무대표(이하 정): 작년 침대 사태 후 조금 잠잠하던 라돈 문제가 올해 1월 온수 매트에서 다시 검출되면서 논란이 됐고, 또 최근에는 모 건설사가 시공한 인천의 한 아파트에서 라돈 석재가 사용돼 큰 문제가 되고 있다. 라돈 사태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가?

박경북 교수(이하 박·사진): 언론사에서 작년 5월 침대에서 라돈이 나올 수 있느냐고 문의가 와서 돌침대나 황토 재질에는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천연 방사선 핵종(방사능이 포함된) 원료 물질인 모나자이트와 인광석, 일미나이트, 금홍석 등이 섞인 토양이나 암석에서는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스프링 침대에서 나왔다고 하기에 이해할 수 없어서 실험했는데, 처음에는 장비 오류인 줄 알았다. 1급 발암물질인 라돈이 침대에서 나올 거라 누가 상상했겠느냐.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초유의 사태다. 부끄러운 일이다. 라돈은 냄새도 없고, 맛도 없고, 색깔도 없다. 사람의 감각기관으로는 인지할 수 없다. 근거도 없이 음이온을 발생시킨다며 핵종 물질이 대량 포함된 생활용품이 굉장히 많이 유통된다. 침대와 온수 매트뿐만 아니라, 아파트 건축 내장재, 라텍스 베개, 여성의 보정 속옷과 생리대도 라돈에서 결코 안전할 수 없다. 현재 일상생활 어디서 나올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라돈은 우라늄계와 토륨계가 있다. 방사성 물질의 양이 반으로 줄어드는 시간, 즉 반감기가 3.82일 되는 물질이 우라늄에서 나온 라돈(Rn-222)이다. 반감기가 55초인 토론(Rn-220)이 토륨계에서 나온 라돈이다. 둘 다 통틀어 라돈으로 부른다. 그런데 실내 환경에 대해 현행법이나 정부에서 관리하는 분야는 우라늄계 라돈뿐이고, 토륨계 라돈은 아니다. 이는 반감기가 짧은 라돈 즉 토론이 인체에 접촉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생활용품에서는 라돈과 토론이 구분되지 않고 모두 나올 수 있다.

정: 현행법에서 정하는 제제 기준은 어떤가? 또 우리나라의 상황이 외국과 비교할 때 어떻다고 보나?

박: 다중이용시설과 공동주택은 실내 라돈 기준이 148Bq(베크렐)/m³이다. 그나마 공동주택은 오는 7월16일 이후 사업이 승인된 대상에 한에서다. 그것도 유지 기준이 아닌 권고 기준이다. 법에 강제성은 없다. 이에 두 가지 문제가 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주택에서 폐암으로 숨질 확률이 단독주택은 85%, 공동주택은 9%, 연립·다세대가 6%다. 이를 모두 라돈과 연결할 수 없지만, 일반적으로 토양과 접하는 단독주택은 라돈 노출에 더 위험하다. 그런데 우리 법에는 아직 이 단독주택에 대한 기준은 없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측정법인데, 현재는 주택과 학교 공공시설 등에서 잴 때 외부 공기가 유입될 수 있는 지점에서 1m 이상, 벽과 30㎝ 이상 떨어져서 해야 한다. 그런데 아까 언급한 토론은 반감기가 매우 짧은 편이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는) 측정되지 않는다. 또 실내에 들어가면 대부분 앉아있는데, 현행 기준으로 보면 사람에게 미치는 라돈 영향을 충분히 측정한다고 보기 어렵다. 이번에 문제가 된 (경기 화성) 동탄이나 인천의 아파트도 시공사에서는 법적 의무를 다했다고 말한다. 그런데 토륨계 라돈인 토론을 측정했을 때는 사실상 상당 부분 검출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 법은 라돈에 대해 권고 기준 또는 유지 기준을 제시한다. 강제 기준이 아니다. 선진국에서는 대부분 강제 기준으로 돼있다. 특히 학교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학교 실내 공기법은 여전히 권고 기준인데, 많은 수의 학생이 좁은 장소에 모여있고, 환기를 자주 시키지 않기 때문에 위험에 크게 노출되어 있다. 태풍으로 표현하자면 학교 상황은 ‘경보상태’라고 볼 수 있다. 우라늄은 45억년 동안 간다. 토륨은 141억년이나 지속된다. 우리가 침대나 기타 여러 생활용품에서 이를 접하게 되면, 사실상 우리가 사망한 뒤에도 이 방사능 물질이 고스란히 남게 된다. 라돈은 방사선이어서 방어가 안 된다. 폐에 들어가면 기관지나 폐에 고스란히 흡착돼 붕괴하게 된다. 이때 방사선이 방출되면서 세포 중 염색체에 돌연변이를 일으켜 폐암을 발생시키고, DNA에 손상을 준다. 혈액암이나 혈구암, 림프종암도 일으킨다. 그런데도 관계기관에서는 라돈이 원인이 되어 직접 죽은 이가 없는데 뭐가 문제냐고 한다. 예를 들어 지금 피폭된 이가 있다고 한다면, 적게는 수년에서 수십년 내 라돈으로 인한 피해가 나올 수도 있다. 라돈은 지금 기준으로 다뤄서는 안 된다. 국회나 정부에서 반드시 사전 예방법을 만들어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 라돈과 이산화탄소 저감을 위해 박 교수와 SG생활안전이 공동 개발한 학교 실내 환기 시스템(School Indoor Ventilation System·SIV)이 언론에서 여러 차례 주목받았다. 어떤 원리인가?

박: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활하는 건축물은 대체로 외부보다 내부의 온도가 높다. 따라서 건물 내부의 실내 압력이 외부보다 낮은 편인데, 라돈은 건축물 콘크리트 벽체의 갈라진 틈과 창틈, 마룻바닥, 배관 등을 통해 유입된다. 학교가 위험한 이유다. 이런 유입 경로가 가장 많고, 머무르는 사람 수가 많기 때문이다. SIV는 3년 전부터 개발하고 연구했는데, 라돈을 밖으로 내보내기 위해 환기장치를 만들면서 계절에 따라 결로현상(물이 맺히는 현상)이 생기더라. 내·외부 온도 차 때문인데, 필터에 곰팡이나 여러 안 좋은 물질이 생기기도 했다. 그래서 복도 공기를 활용했다. 복도는 밀폐된 공간이 아니다. 산소 농도만 봐도 완전 다르다. 복도에는 신선한 공기가 들어온다. 그리고 이 시스템은 복도의 공기 정화도 시킬 수 있는 양방향 환기 체제다. 공기 청정기는 기기 안에 미세먼지 측정기가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그 주변에서만 재고 환기시키는 기능을 한다. 라돈을 없애기 위해서는 이런 형식은 안 된다. 외부 공기와의 순환이 라돈 저감에 필수다.

김형준 이사(이하 김·사진): 학교보건법상 교실 내 이산화탄소 유지 기준(자연 환기 교실 기준)은 1000ppm인데, 보통 대기 중에는 410ppm 정도 존재한다. 학교 교실에 학생 20~30명이 들어가면 점심 시간만 지나도 3000ppm까지 올라간다. 기상청 자료를 보면 작년 미세먼지가 심한 날이 61일이다. 그런데 라돈과 이산화탄소는 365일 1년 내내 나온다. 61일도 학교 방학기간을 감안하면 실제 실내에서 학생들이 미세먼지에 노출되는 날은 이보다 훨씬 못 미친다. 지금 이 미세먼지 때문에 학교 교실마다 공기 청정기를 설치하고 있는데, 이에 반해 라돈과 이산화탄소 중독 위험에는 이상할 정도로 관대하다. 정말 안타까운 상황이다. 공기 청정기로는 라돈이나 이산화탄소가 제거되지 않기 때문에 천장형 기계 환기나 공기 순환기 등의 정화장치도 사용된다. 일반적으로는 외부의 신선한 공기를 천장에 설치된 환풍기기를 통해서 내부에 유입하고, 오염된 공기는 다시 천장으로 내보내는 시스템이다. 그런데 겨울·여름철은 내외부 온도 차가 심하고 습도가 높아서 곰팡이 발생과 결로현상 등이 많이 생긴다. 당연히 이를 예방하기 위해 비용과 에너지가 상당히 많이 든다. 따라서 SIV 시스템처럼 복도 공기를 활용한 환기 시스템이 최적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정: 우리 사회가 라돈 위험에서 완전히 벗어나기까지 어느 정도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보나?

김: 국민의 인식 변화가 중요하다고 본다. 담배로 인한 폐암, 미세먼지로 인한 질병, 라돈으로 인한 폐암 등 각종 질환 모두 급성질환이 아닌 만성 성격의 질환이다. 라돈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담배에 이어 폐암 발병원인 2위로 지목한 발암물질이다. 라돈이 호흡을 통해 폐에 들어오면 기관지나 폐포에 머무르고, 혈류를 통해 알파선을 계속 방출하면서 각종 암을 유발한다. 문제가 되면 고쳐야 하는데. 우선 숨기고 보려 한다. 과감히 고쳐야지만 건강한 사회를 구성할 수 있다.

박: 방사선은 과학이다. 변하지 않는 고유의 과학이다. 잠시 검출되고 끝나는 것이 아니기에 정말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법에서 강력히 규제해서 생활용품에서는 절대 나오지 못하게 해야 한다. 또 우리 사회도 생활 곳곳에 도사린 이러한 위험을 단순히 여론에 따라 관심 가질 것이 아니라, 깊이 들여다보고 정확히 인지해야 한다. 

정리=김정훈 UN지원SDGs협회 사무대표 unsdgs@gmail.com

*이 기고는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특별협의지위기구인 UN지원SDGs협회와 세계일보의 제휴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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